‘지존파’ 검거한 베테랑 형사 고병천씨 별세…향년 7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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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 작성일25-06-28 17:08 조회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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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검거를 주도했던 베테랑 형사 고병천씨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1949년 전북 전주 출생인 고인은 1976년 순경으로 입직해 경기 수원경찰서, 서울 서초경찰서 등을 거첬다.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으로 재직하던 1994년 지존파 검거를 주도했다.
지존파 사건은 두목 김기환을 필두로 조직된 범죄조직인 지존파가 1993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5명을 연쇄 살해한 사건이다. 부유층을 겨냥한 엽기적 납치살인 행각을 벌여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고씨는 사건 당시 서초서 강력반장으로 지존파 검거작전을 맡아 이들을 검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지존파 검거 이후 서초서를 찾아 검거작전에서 공을 세운 고인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이들 일당에 지존파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고씨다. 지존파는 스스로를 ‘야망’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마스칸’으로 이름 붙였지만, 야망을 위해 남을 희생시킨다는 의미여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고씨가 다른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온보현 택시 납치 살인 사건’, ‘앙드레김 권총 협박 사건’ 등 숱한 강력 사건들을 맡아 처리한 고씨는 2009년 은퇴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오전 5시,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원이다.
“빛과 소리가 차단된 적막과 어둠의 세계에 산다는 건 그야말로 실체 없는 감옥에 갇힌 것과 같습니다. 그간 제도 밖에 머물러온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이번 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랍니다.”
세계시청각장애인의 날인 27일, 국회 기자회견장 연단에 오른 조원석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장이 말했다. 그는 손으로 점자 정보 단말기를 만지며 준비한 회견 내용을 읽었다. 조 회장이 발언을 시작하자 함께 연단에 선 시청각장애인들과 활동지원인들의 양손이 분주해졌다. 서로의 두 손을 맞잡고 촉수화를 통해 조 회장의 발언 내용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촉수화란 수어를 하는 상대방의 손을 접촉해 촉각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동시에 지닌 시청각장애인들만의 소통법이다. 이처럼 시청각장애인은 소통 방식부터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 다르다. 그러나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시청각장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시청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 또는 청각장애 기준에 따른 단편적 지원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시청각장애인들과의 논의를 거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이날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시청각장애인을 독립된 장애유형으로 정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청각장애인의 특성과 복지 욕구에 맞춘 체계적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시청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정보접근과 의사소통 지원, 직업훈련, 맞춤형 교육, 문화·체육 참여, 자립지원 등 전 생애주기적 지원을 명시한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위해 시청각장애인전문지원사 제도를 도입하고, 종합적 지원기구인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회견에서 “시청각장애인은 촉수어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며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시청각장애인을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법적으로 인정하고 전문적인 체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맞춰야 한다”며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감각 속에 있는 시청각장애인의 존재를 외면하지 말고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강을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세운 작품이지만, 한국문학의 익숙한 문법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작품이다. 작가 자신도 이 작품이 받아온 “오해의 역사”를 말하려면 긴 논문 한 편을 써야 할 정도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런 오해는 여주인공이 형부와 성관계를 갖는 ‘부도덕한(?)’ 장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평균적 도덕을 위반하는 이런 장면이 이 책을 청소년 금지 도서로 지정하도록 만든 우스꽝스러운 이유가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독자가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던 것은 이 작품이 한국문학의 토대를 형성해온 상상력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넘어 ‘거식’을 택함으로써 ‘식물’이 되고자 하는 여성을 작품의 중심인물로 설정한 작가의 도발적 문제 제기는 익숙한 사회적 시각이나 휴머니즘적 발상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음식을 거부하다 결국 식물의 세계로 건너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역사적 현실에서 퇴각해 자폐적 정신세계로 빠져드는 여성적 병리성으로 해석되기 쉽다. 여성적 저항을 식물성과 연결하는 작가의 시각은 너무나 낯설고 급진적이어서 한국문학을 지배해온 역사적 상상력으로는 포획되지 않는다.
식물에서 비폭력적 존재 양태를 읽어내고 이를 여성의 윤리적 저항과 연결하는 작가의 시선은 역사성=남성성=능동성, 식물성=여성성=수동성이라는 관습적 도식을 거부한다. 이런 도식은 역사성과 능동성을 여성의 것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일부 페미니즘에도 유지되고 있다. 가부장적 남성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는 낯익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이 작품의 의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는 인간 문명의 기저에 깔린 폭력성을 건드리지 않은 채 젠더 대립만 문제 삼는 시각이나, 남성 질서 안에서 그것을 지탱하는 “모성적” 혹은 “여성적” 양태를 넘어선 지점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은 가장 근원적 의미에서 ‘여성적’이다. 작품은 지금껏 한국 여성문학이 그리지 못한 특이하고 특별한 여성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여성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라는 제목의 세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영혜가 채식을 하게 된 일차적 계기는 어릴 적 목격한 살생의 기억이다. 그가 육식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먹어 치웠던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속죄의식이자 죽임의 질서 위에 세워진 인간 생존 방식에 대한 불복종 행위이다.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그 개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아버지가 던진 이 말은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인류가 고안한 생존의 기술이다. “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 세상 사람들이 널 죄다 잡아먹을 거다”는 어머니의 말은 먹히지 않으려면 먹어야 하는 생존의 논리를 압축하고 있다. 여기선 힘이 제1원칙이다. 인간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이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을 거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인간 공동체 바깥으로 튕겨 나와야 한다. 영혜가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인간 공동체는 폭력적 아버지로 대변되는 가부장적 질서뿐만 아니라 그 질서 안에서 가족의 삶을 보살펴왔던 모성적 세계이기도 하다. 영혜는 자신을 걱정하는 어머니가 눈물을 흘릴 때 “저 여자가 왜 우는지 나는 몰라”라고 생각한다. 영혜는 채식을 고수하면서 아내도 딸도 동생도 아닌 단독자이자 이방인이 된다.
인간세계에서 이탈한 영혜가 추구하는 것은 물과 햇빛만으로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이다. 그러나 흔히 오해하듯 식물은 약하지 않다. 식물은 잎과 꽃에서 터져 나오는 관능적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영혜는 자신의 몸에 꽃을 담고 있는 ‘식물-인간’이 될 때 생명의 활력을 되찾는다. 형부는 처제의 채식과 식물성 사이에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영혜가 살려내고자 하는 생명 세계에 공감하는 그가 처제의 몸에 꽃을, 그리고 두 사람이 관능적 황홀감에 빠져드는 2부의 이야기는 이들이 추구하는 세계가 인간 도덕의 경계를 초월하는 것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죽음의 질서 위에 서 있는 사회에서 생명과 접속하는 일은 얼마나 위험한가? 처제의 작업에 동참했던 형부는 결국 그것을 고수하지 못하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3부에서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영혜는 육식뿐 아니라 모든 음식을 거부한다. 그는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나무가 되기 위해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영혜의 눈에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형제자매와 같다.” 3부의 초점 화자인 언니 인혜는 식물의 세계로 월경한 동생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 언어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불타오르는 나무”의 언어이다. 인혜는 동생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외면할 수도 없다. 동생이 내지르는 소리는 흉통을 일으켜 숨을 쉴 수 없게 만들고, 자신이 살아온 삶이 거대한 무의미 위에 서 있음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채식주의자>는 한 여성의 식물로의 존재론적 변신을 통해 살생과 폭력에 기초해 있는 인간 삶에 대한 윤리적 저항을 보여준다. 이 저항은 죽음을 무릅쓸 만큼 집요하고 무시무시하다. 그것은 ‘여성적’이다. 여기서 여성적이라는 말은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관습적 의미와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것도 죽일 수 없는 둥근 ‘젖가슴’을 달고 있는 여성들은 참된 의미의 ‘여성’이 되면서 살육의 질서에 맞서고, 이 저항을 통해 비인간 생명의 세계와 연대한다.
우리는 영혜에게서 고대 그리스 비극의 여주인공 안티고네의 환생을 보는 듯하다.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국법에 맞서 오빠의 시신을 땅에 묻어주는 불복종을 감행한 뒤 산 채로 죽음을 맞이하듯, 영혜는 살생과 폭력 위에 세워진 인간세계를 떠나 식물의 세계로 건너간다. 이는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자매를 만나지 못하지만, <채식주의자>에는 동생의 무모한 시도에 공감하는 언니가 있다. 언니가 세상에 “항의하는” 듯한 시선을 멈추지 않는 한 영혜의 시도는 헛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젖가슴은 여성의 몸에서 자라난 잎사귀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의 고통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여성의 육체는 생명의 질서와 만나는 매개체이다. 한강의 소설은 여성의 육체가 들려주는 언어를 받아쓰는 글쓰기이다. 그것은 살생의 폭력에 죽어간 모든 존재의 아픔을 기록한다. 이 글쓰기를 어찌 ‘여성적 글쓰기’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한강의 고통 서사는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확장되면서 깊어지지만, 폭력적 문명 질서에 대한 단호한 거부, 식물성과 여성적 윤리를 연결하는 독창적 시각, 비인간 생명에 대한 포스트휴먼 에코 감수성은 <채식주의자>를 단연 돋보이게 한다. 한국 현대 여성문학 백 년의 저력이 이 소설에서 격렬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 독자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 이명호 경희대 영미어학부 교수
‘AI 혜택’ 불평등 심화 우려인류가 원하는 ‘발달’ 모색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발달.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초가속 시대의 도전 - 공포를 넘어 희망으로’를 주제로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2025 경향포럼>이 열렸다.
최신 인공지능(AI) 기술 사례와 연구 동향을 확인하고, 사회·철학자 등과 함께 인류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포럼에 참가한 석학·전문가들 모두 기술 발달 속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은 현재 속도 그대로 기술 발달이 10년 더 이어지면 기술 발달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 불평등이 심화하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네프 센터장은 “AI라는 강력한 힘, 권력을 활용해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며 “기술 발달을 인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기업, 더 많은 이들이 ‘이 혁명’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장은 “선택의 여지도 주지 않고 무조건 AI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며 “어느 사회든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출구 없는 사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AI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선택지를 주는,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금세 회복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10년 뒤 AI 기술을 ‘가진 이’와 ‘가지지 못한 이’로 사회가 나눠져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총장은 “인류 사회가 공동의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갈 것”이라며 “(공동의 협력을 위해) 교육기관이 인문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 안 싱가포르 난양공대 컴퓨터과학과 석좌교수는 “AI 연구·개발은 1부터 99까지 진전되기는 쉬워도 99에서 100으로 한 단계 상승하는 건 매우 어렵다”며 “인간의 지능에 버금가는 범용인공지능(AGI) 출현 시기가 2030년으로 거론되는데 그것보다는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임우형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장은 두 번째 세션에서 최신 AI 동향을 전했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가 사회를 본 토론에는 김지희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교수와 김효은 국립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등이 참여해 기술 발달에 따른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별 강연을 맡은 정세랑 소설가는 AI 시대 창작자로서의 고민과 성찰을 공유했다.
이날 포럼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43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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