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 그들은 왜 이준석 후보를 뽑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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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갱 작성일25-06-07 20:28 조회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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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1대 대선에서 2030 남성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37.2%, 30대 남성의 25.8%가 “이준석 후보를 뽑았다”고 답했다. 다른 연령대에서 이 후보에 투표한 남성 비율이 2~5%인 것과 비교하면 도드라지는 수치다. 이 후보는 최종 득표율 8.34%를 기록했다.
이 후보에게 투표했거나 그를 지지한 2030 남성들은 4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반드시 지지해서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를 뽑았다고 밝힌 김모씨(19)는 “이 후보가 좋다기보다 나머지 후보가 별로라서 뽑았다”며 “후보 중에 괜찮은 사람이 없고 그나마 나은 것이 이준석”이라고 말했다. 역시 이 후보에게 표를 준 김모씨(20)도 “이준석을 크게 지지하기보다 거대 양당의 행보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거대 양당 후보들의 한계가 드러났고, 이에 따라 제3의 후보로 이 후보를 주목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사법리스크와 입법 독주가 걱정된다”는 평가를,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해선 “계엄을 옹호하는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박모씨(29)는 “이재명 후보는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위험을 따져 사퇴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내란 혐의를 받는 탄핵 대통령을 배출했으면서 후보를 배출한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모씨(24)도 “김 후보는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을 확실히 끊어냈어야 한다”며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를 뽑기엔 행정과 입법 권력을 하나의 당이 갖게 되는 게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에 실망한 남성들은 후보들의 공약으로 눈을 돌렸다. 이들은 이준석 후보가 내세운 연금개혁 공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 후보를 뽑진 않았지만 그를 지지했다고 밝힌 송모씨(21)는 “이준석이 연금개혁을 내세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후보들 중에서 가장 젊으니 청년, 특히 남성을 잘 대변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 김모씨(22)도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허상 같은데 이준석의 연금 개혁 공약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그나마 보였다”면서 “돈을 더 내야 하는 미래세대로서 연금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후정의·평등과 같은 가치보다 산업 성장을 내세운 이 후보의 공약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모씨(22)는 “원전이나 IT산업처럼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산업을 장려한다는 점이 합리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를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모씨(24)도 “이재명 후보가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한다고 말한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김 후보도 노인버스 무임승차 공약을 내세우는 게 포퓰리즘(인기영합성 공약) 같아서 싫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도 이준석 후보가 대선 토론회 과정에서 한 성폭력 발언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한 고모씨(31)는 “혐오 발언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며 “이준석의 한계는 반여성 기조의 남성들의 지지만을 받는다는 것인데 지지층을 확대하려면 그런 발언을 했으면 안 됐었다”고 말했다. 김모씨(27)도 “아무리 지지자라도 인상이 찌푸려졌던 발언”이라며 “전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혐오 표현을 해서는 안 됐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에 대한 2030 남성들의 정치적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고 이들의 선택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다”며 “혐오나 분노에 기반을 둔 정치로는 청년 남성들의 표를 계속 소구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치가 각자도생, 과도한 경쟁 등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이준석식의 혐오 정치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